바뀌는 서론
3월은, 모든 것이 끝난 뒤- 시작의 달
안녕하세요! 이야기 공동체 “바뀜 ParKim”의 새로운 계간지 <바뀌는 뉴-유스>를 소개합니다. 어쩐지 뉴스의 구수한 옛 발음을 흉내낸 것 같아 입에 착 붙지 않나요? 제목에서 느낄 수 있듯이, 우리 “바뀜 ParKim”은 이 계간지를 통해 변화하는 새로운(New)-청춘(Youth)들의 행태를 묘사하고 기고하며 다양한 사회의 일상을 알리고 싶은 바람을 갖고 있습니다. 매 계절마다 다른 주제를 선정하여 그와 관련한 산문과 인터뷰, 리뷰와 추천 목록 등 적지 않은 것들을 독자 분들과 나눌 예정이니 많은 관심 가져주시길 바랄게요.
이번 봄호는 <바뀌는 뉴-유스>의 창간호 답게, 사계의 첫 계절 봄의 마음을 담아, ‘시작과 끝’이라는 주제를 선정해보았습니다. 독자 분들은 지난 1월 1일, 어떤 마음으로 새 해를 맞이하셨나요? 그보다 먼저, 12월 31일엔 어떤 마음으로 지난 해를 보내셨나요? 저는 개인적으로 저만의 의식을 치루며 지난 해를 지나쳐 새 해에 도달했는데요. 그 의식은 바로, 한 해의 마지막 곡과 첫 곡을 시간에 맞추어 듣는 일이었습니다. 항간에 떠도는 속설에선 새 해에 듣게 되는 첫 곡이 그 해의 삶을 관통한다고 하지요? 그 속설이 저에게 꼭 맞아 떨어진 적도, 이루어지길 간절히 바랐던 적도 없지만 어느새 습관이 되어 매 해 챙기고 있는 저의 의식으로 자리 잡고 말았네요. 누군가에겐 별 의미 없는 의식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제겐 헌 해를 가볍게 떠나보내고 새 해를 기꺼이 맞이할 수 있는 도움을 주는 이벤트이기에 다음 기회 너머 그 다음 기회에도 지키고 싶은 의식이에요.
그런데 제가 듣기론, 한국인들은 한 해동안 새 해를 3번 맞이할 수 있다면서요? 양력 1월 1일, 음력 1월 1일, 마지막으로 새 학기가 시작하는 3월까지 말이에요. 그렇다면 이 이야기를 ‘우린 한 해의 끝도 3번이나 보낼 수 있다’고 해석해도 될까요? 3월은 진짜 마지막! 한 해가 모두, 죄다 끝난 후 진정한 새로운 해를 맞이할 수 있는 달인 걸까요? 그리고 우린 4월의 넷째 날, 또 새 해를 맞이했어요. 네 번째 손가락인 약지처럼 아주 귀중하고 소중한 마음이 어쩐지 가라앉기도- 통통 튀어 오르기도- 혹은 여기저기 부유하는 마음의 봄을 우리 함께 맞이해보아요. 상단의 보랏빛 음악 목록 안엔 제가 직접 가감하여 고른 곡들이 한 시간을 넘게 빼곡 채우고 있으니, 그 곡조들과 함께 사이버 종잇장을 넘겨보아도 좋을 거예요. 그럼 함께 시작해볼까요?!
바뀌는 평론
여름을 닫고 봄을 펼쳐낸 집
지난 반년을 함께한 곳을 뒤로 하고 떠나는 날이 다가왔다. 순전히 내 욕심만으로 열었던 이 집 문을 다시 나의 욕심으로 정리하게 되었다는 평소의 추상적인 표현 대신 그 안의 추억을 좀 더 자세하게 묘사할 수 있겠다는 마음에 지금, 이 글을 쓴다. 이 글을 통해 개인적인 추억을 나누고 기억을 나누며 더 많은 분들을 우리 집으로 들여올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한다.
집의 배경을 알고 싶다면, (click!)

이 집은 거울처럼 마주 본 원룸 두 개의 중앙을 뚫어 1.5룸으로 개조한 집이다. 중개사나 관리인에게 그렇게 소개받은 적은 없지만 엉뚱한 위치에 달려있는 콘센트들과 막은 수도, 현관등 전선 자국 그리고 두 개씩의 에어컨과 보일러, 두꺼비집 등이 그 증거다. 게다가 바깥 복도엔 현관문이 있었을 자리에 같은 크기의 개구부를 막은 흔적이 있다. 그 곳을 동거인과 나는 해리포터 시리즈 속 9와 3/4 정거장처럼 상상하곤 했었다.

이 집으로 이사오면서 동거인의 오랜 로망인 커다란 냉장고를 마음 먹고 장만했었다. 현관 안쪽으로 들어오면 육중한 냉장고의 몸이 든든하게 우리 집을 지켜주는 것만 같았달까. 그 옆엔 유명한 이케아 철제 선반을 놓고 세면 용품과 향수들을 올려놓았었다. 또 그 옆엔 성북동 높은 주택에서 당근해온 작지 않은 테이블야자를 놓았었다. 소파는 이전 세입자가 우리에게 넘겨주고 간 것인데 마침 동거인이 가장 좋아하는 색인 진한 파란색이라 너무 마음에 들었고 친구들이 오거나 귀가하자마자 푹 누울 때 등 의외로 정말 쓸모 있었다! 부엌 영역에서 가장 좋았던 건 2구 가스레인지였고 가장 싫었던 건 너무 좁은 조리대였다. 20대 청년들의 집이지만 집밥을 좋아하는 동거인과 나에겐 너무 중요한 요소들이었다. 소파 왼편에는 아주 어릴 적부터 집에서 사용하던 원목 교구장을 가져와 책들과 차, 커피 용품들을 쌓아두었었다. 안쪽 방에는 커다란 식탁 겸 책상을 두었고 그 주변에 놓인 4개의 의자들도 모두 진한 파란색이었다. 에어컨 밑의 컴퓨터 책상 또한 본가에 아주 오래전부터 있던 가구인데 한동안 방치된 채로 먼지만 쌓이다 내가 데스크탑을 들이고서부턴 다시 예쁨을 받고 있다. 싱글 침대도 전 세입자가 두고 간 그대로이다. 좁더라도 매일 밤마다 토퍼를 접고 펼 일이 없어 몸을 구겨 자며 잘 지냈다.
이 집에서 보낸 반년은 참 빠르고 길게 지나갔다. 본가를 떠나있던 그 반년동안 참 많은 것들이 변했다. 나의 신분도, 외모도, 상황도, 모두 말이다. 본래 가진 것도 없으면서 구석구석 낡은 곳이 참 많고 열심히 때를 빼봐도 광은 나지 않던 그런 집, 그런 기억으로 앞으로도 남겠지.
바뀌는 문학
무제
도서관에 앉아 엄마를 읽다가
알 수 없는 문장들을 삼킬 때마다 되새김질 했다
소화되지 못하는 활자들은 속에 얹혀져만 가고
이미 펼쳐 버린 엄마는 너무도 두꺼웠다
넘겨지지 않는 페이지가 원망스러워 끙끙댈 때 즈음
다 읽지 않은 책을 놔두고 다른 책을 펼치는 사람을 보았다
누구도 무어라 말을 얹질 않았다
그제야 시야가 트였다
새 책을 우르르 담는 사람도
책갈피를 꽃아둔 곳으로 돌아가는 사람도
책을 읽지 않고 잠을 자는 사람도 있었다
아,
아,
아.
나는 엄마를 닫았다
그대여
모든 걸 완결낼 순 없더랍니다
언제까지나 미완으로 남을 것들이 가슴에 사무쳐도
또 다른 집필을 시작할 수 있는 게 삶입니다
끝맺음과 새 시작으로만 가득할 것 같았던 인생은
어쩌면 미완결과 재도전 투성이고
그건 정말이지 흠이 될 수 없어요
그대 펼친 모든 책을 끝마칠 필요 없고
그대 책갈피 꽂아둔 모든 책에게 돌아갈 필요 없고
그대 읽은 모든 활자를 기억할 필요 없고
그대 펼쳐 둔 책들 사이서 잠들어도 좋으니
그대 부디 도서관을 괴로워 마시길
바뀌는 문답
새 신부들
때 늦은 눈이 내린 다음 찾아온 주말, 새 신부들의 결혼식이 있었다. 불과 며칠 전 쏟아졌던 찬 기운을 단 숨에 녹여버릴 따듯한 햇볕이 가장 먼저 닿는 곳, 아주 높은 곳에서 두 신부는 서로를 바라보며 사랑의 충실함을 약속했다. 높은 식장을 향해 언덕을 오르기 위해 내쉬었던 거친 숨들이 예식의 일부가 되어 그들의 언약을 더 아름답게 만드는 듯 했다.
Q. 원하는 만큼, 자신에 대하여 표현해주세요.
Q. ‘시작과 끝’이라는 단어들로부터 어떤 느낌을 받고 있나요?
Q. 근래에 시작하고 있는 것과 끝내고 있는 것이 있나요?
Q. 새로 시작하고 싶거나 끝내고 싶은 것이 있나요?
Q. 반대로 시작하고 싶지 않거나 끝내고 싶지 않은 것은 무엇인가요?
Q. 답변자 두 사람은 어떤 관계이며 함께 어떤 시작을 앞두고 있나요?
Q. 결혼을 준비하는 것에 공들였던 부분은 무엇인가요?
Q. 결혼을 준비하는 과정 중 예상치 못했거나, 애를 먹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Q. 결혼을 선택 후 어떤 끝과 시작을 기대하나요?
Q. 시작은 끝의 다음 순서라는 말에 동의하나요? 그렇다면 새로운 시작인 결혼으로 인해, 혹은 결혼 직전에 끝난 것은 무엇인가요?

많고 많았던 하객들 앞에서 읽었던 신부들의 편지 글처럼, 세상은 이들을 연인도 가족도 아닌 남으로 바라보며 끝까지 외면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언제나 서로를 향해 의지하고 사랑 앞에 충실할 그들의 시작과 끝을, 질문자인 나 또한 언제나 축복하고 싶다.
바뀌는 추천
매섭던 바람이 살랑인다고 느껴질 때
- 통통 튀어오르는 꽃씨 같은 음악보다 차오르는 잎사귀 같은 음악을 들어보세요.
- 직접 물을 뜨겁게 데우고 찻잎이나 커피 콩 가루 위로 내려 드셔보세요.
- 매일 가깝게 사용하는 생활 용품 중 써보지 않았던 제품을 새로 구매해보세요.
- 지난 일기 등 개인 기록들을 돌아보고 감상문 한 줄을 적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