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도시의 사랑법 그리고 나

바뀜 Par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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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 같은 것들이 있다.

주의! 스포일러가 가득합니다.





영화 초반, 구재희와 장흥수는 동거를 시작하고 나레이션은 말한다. '미친년과 게이가 만났다. 바야흐로, 애니멀 라이프의 시작이었다.'


미친년과 게이. 그건 구재희와 장흥수의 목숨 같은 정체성이었다. 사랑에 아파도 결백하며 당당하고 자유로운 구재희, 그리고 동성애자인 걸 약점이라고 말했지만 끝내 커밍아웃 했던 장흥수. 강의실 모두에게 가슴을 깠고 클럽 화장실 청결 상태를 매일 체크할 만큼 성실했으며 사랑에 매번 최선을 다하고 빨간 치마에 힐을 신던 구재희는 미친년이라는 단어에 갇힐 순 없지만 미친년이다. 또한 수호의 구찌 신발에 토했고 수호와 섹스했고 수호와 연애했고 결국 놓치고 말았지만 보고 싶어하던 장흥수는 게이라는 단어로만 정의할 수 없겠지만 게이다.


영화 내내 구재희와 장흥수는 미친년과 게이로 사는 게 뭐가 이상하냐고 외쳤다. 적어도 내 눈엔 그랬다. 영화 내내 난 가끔 웃었고 자주 슬펐다. 포스터에도 적혀 있어 익숙할 정도의 대사가 눈물의 첫 시작이었다. "네가 너인게 어떻게 네 약점이 될 수 있어." 구재희의 대사였다. 영화를 보기 전에도 많이 접했기에 감동 정도일 줄 알았건만, 대사를 듣는 순간 눈물이 참을 새도 없이 흘렀다. 그 말을 하는 구재희의 시선은 분명 장흥수를 향해 있었지만 카메라는 구재희의 앞모습을 담았고 그 순간 난 스크린을 사이에 둔 채 구재희의 앞에 있었다. 내가 나로서 존재하는 모든 순간들에 존재통을 느끼는 이들에게 바치는 말 같았다.


"왜 사소한 거에 목숨 거냐고 하지 마시고 쫌! 그냥 쟤한텐 그게 목숨 같나 보다 하시면 안 돼요?"

목숨 같은 것들이 있다. 등에 손을 얹고 기도하는 엄마에게 돌아누워 하는 커밍아웃이라던지, 함부로 내 삶을을 재단하는 말을 듣지 않고 뛰쳐 나오며 손에 꼭 쥐고 있던 자궁 모형 같은 것들 말이다.

애써 없던 일인 척 하려는 엄마에게 하나 하나 다 기억한다며 과거를 읊어 주는 것, 퀴어 축제에 가서 레즈비언 플래그를 찾고 기뻐하는 것,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다 라는 말에 분노하는 마음을 간직하는 것, 남자친구가 있냐는 물음에 있다 답하며 무거워지는 마음을 다잡는 것. 그러니까, 목숨보다 목숨 같은 것들이 있다.

예민하다는 말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건 과거가 있기 때문이다. 목숨 같은 것에 목숨을 걸었더니 사소한 것에 목숨을 걸었다는 말을 들은 과거가.


영화 후반, 구재희는 회식에서 샹송을 불렀고 결혼식엔 웨딩 드레스에 빨간 컨버스를 신었다. 장흥수는 엄마에게 커밍아웃을 한 후 수호에게 구찌 신발을 선물했고 글을 다시 쓰기 시작했다. 내가 나인 건 약점이 될 수 없다. 내가 나여야지 살아갈 수 있으므로.


자기랑 다르면 열등하다 생각하는 진짜 열등감을 가진 사람들에겐 ㅈㅈㅁㅎㄱㄷㅇㅈㄹㅎㄴ을, 자신인 채로 존재하기 위해 끈질기게 다투는 이들에겐 이 영화를 바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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