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너무 빠르다는 말

바뀜 ParKim

조회 22
지겨운가요?

사람들은 이동을 하는 시간을 그 자체로써만 흘려 보내지 않는다. 나도 그렇다. 나는 왕복 출퇴근으로 하루에만 4시간 이상을 사용한다. 그 시간을 지불하게 된 배경엔 여러 이야기가 있지만 오늘은 그 이야기들이 중요하진 않다. 언젠가부터 출근 길 이동 중 휴대전화 단말기를 들여다보는 일의 의미가 사라졌다는,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다.


최초 이동 수단은 가마, 인력거였을라나? 그 이동 수단을 이용하던 사람들은 그 안에서 무얼 했을까? 현대의 우리는 이동 수단에서 잠을 자고 음악을 듣고 지난 방송을 보고 전화기 너머 다른 이와 대화를 하는데 말이다. 이동 수단은 점점 빠른 속도를 겸비하고 그 덕에 사람들은 많은 시간을 절약한다. 근데 우리는 절약한 그 시간만큼 더 빠르게 살아가야하는걸까? 가까운 내 친구는 말했다.

"세상이 너무 빨라, 느린 사람들은 멈추지 않아도 멈춘 것처럼 보이잖아."



서문을 열고 있는 지금 난 약 2시간이 소요되는 열차 이동 중이다. 함께 가는 애인은 귀에 무선 이어폰을 꽂고 휴대전화기로 책을 읽고 있다. 어떤 유의미한 행동 없이 주변만 바라보는 날 보며 애인은 이렇게 말했다.

“멀미가 없는 전철에선 뭐든 하기 좋아. 너도 뭔갈 해봐!”

난 멍 때리는 것이 좋다며 손사래치고 다시 주변을 살폈다. 난 멍 때리기를 할 줄 모르는데 말이다. 그럼 난 무얼 하고 있는 걸까? 내가 탄 인천행 1호선 열차는 계절을 보기 좋았다. 타고 내리는 사람을 보기에 좋았고 햇살을 보기에 좋았고 창 밖 풍경을 보기에 좋았다. 한강을 지나치는 열차의 어느 기관사가 그랬듯 열차 칸의 전등을 모두 끄고 다른 이들의 시선을 바깥으로 빼앗고 싶었다.


너무 빠르게 흘러가는 세상 속에 우린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는 걸까? 하지만 모두가 달리는 이유는 단 하나, '소중한 것들을 빠짐 없이 놓치지않고 살아가기' 위함 아니었나? 우리는 소중한 것들을 지키기 위해 달려왔던 건데 빠르게 달리면 달릴 수록 모래처럼 빠져나가는 이 많고 많은 것들은 뭘까?



한동안 나의 애인은 승진 시험 준비를 하느라 사람들과의 만남 중에도 짬짬이 공부를 했다. 애인은 늦은 밤이 되어 평소대로 침대에 눕는 것이 불안하다고 했다. 그리고 그 불안감은 공부를 하다보면 잊게 된다고- 나는 애인이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것이 멋져 보이는 동시에 그의 자격증 시험 중독에 대해 떠올렸다. 그는 참 성실한 사람이다. 나를 만나기 전 지금처럼 -회사 점심 시간을 내어- 운동을 하고 심지어 한 달에 하나 꼴로 자격 시험을 봤던 때도 있었다. 그는 정확한 목표를 향해 달려가지 않는 삶이 불안해 자격증을 쌓아둔다고 했다.


애인의 인생은 참 멋지다. ‘개천에서 용 난다.’는 구닥다리 신화를 덧붙여도 어색하지 않은 사람이다. 다복하지 않은 좁은 집, 동네에서 나고 자라 국립 대학교를 진학하고 졸업하기도 전에 많은 사람들이 바라는 금융계에, 동기들 중 가장 어린 나이로 취직했다. 그는 길지 않은 시간동안 결코 적지 않은 노력을 기울여 자신의 인생을 바꾸고 있다. 하지만 난, 그렇기에 그가 멋진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해왔고, 여전히 그렇게 믿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 믿음을 잃고 싶지 않다. 훗날 애인의 가치를 표현하는 방법이 오늘 날 사회적 성공의 삶의 궤적, 그외 아무 것도 남지 않는다면 너무나 서글플 것 같다. 그렇지만 그렇게 되더라도 우리의 잘못만은 아니겠지?



글을 마무리하지 않고 흐른 시간동안 나는 일을 그만두었고 다니던 학교로 돌아가게 되었다. 누구는 내 나이에 이미 대학을 졸업했겠지만 난 졸업까지 꽉 채운 4년이 남았다. 그 사실에 좌절이 되는 마음들이 무겁게- 끝도 없이 내려 앉는다. 세상이 너무 빠르다는 말이 도태된 나의 어리광은 아니길 바랄 뿐이다.

어느 노래 가사처럼, 답을 쫓아왔는데 질문을 두고 온 것 같기도 하다.








댓글 0

첫 번째 댓글을 남겨보세요!